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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d Bite!

※케이크버스 AU



딱 손목까지야. 그 이상은 안 돼.

 

동호가 끝끝내 민현의 제안을 수락하며 한 말이었다. 민현이 아쉬운 표정으로 목덜미도 추가할 수 없겠느냐 물었지만 기각되었다. 철저한 을의 입장인 민현은 눈물을 머금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동호는 민현에게 몇 번이나 계약서의 내용을 숙지시킨 후에야 자신도 도장을 찍었다. 도장을 찍자마자 손목을 노리고 달려드는 민현을 피하느라 또 우당탕탕 소란이 일어났다. 으아악― 하는 동호의 비명이 쩌렁쩌렁 울렸다. 이것이 포크 황민현과 케이크 강동호가 위험천만한 동거를 시작한 첫날의 이야기였다.

 

 

 

 

“다녀왔습니다―.”

 

아이고 힘들어. 동호는 현관을 넘어오며 앓는 소리를 했다. 요즘 기가 허한지 자주 삭신이 쑤셨다. 아무리 잠을 자도 피곤했고 온몸에 힘이 없었다. 가끔 핑 빈혈이 돌 때도 있었다. 진짜 일주일 정도는 집에서 쉬기만 해야할까봐. 동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신발을 벗었다. 괜히 손목보호대를 만지작거리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가방을 내려놓기 위해 방으로 향하던 그는 손목을 잡아오는 악력에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민현은 동호의 손목을 끌어당기고는 다짜고짜 입술부터 부딪혔다.

 

“야, 잠ㄲ…… 나 가방!”

 

동호가 다급하게 외치는 말들은 전부 민현의 입 속으로 먹혀 들어갔다. 얼굴을 단단히 잡은 양손은 동호가 아무리 밀어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눈앞에 케이크를 둔 포크는 이성을 잃음과 동시에 초인적인 힘을 낸다고 했던가. 민현은 집요하게 동호의 입 속을 헤집으며 놓아주지 않았다. 동호의 점점 허리가 뒤로 젖혀졌다. 민현은 동호의 숨결 하나하나까지 전부 먹어치울 기세였다. 숨이 부족해진 동호가 민현의 어깨를 콩콩 두드릴 때가 되어서야 겨우 입술이 떨어졌다.

 

“잠깐이라고 하면 좀 멈추라고!”

“나 배고파, 동호야.”

 

민현은 동호의 눈을 바라보며 꿈꾸는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눈동자가 욕망과 비슷한 것으로 이글거리고 있었지만 초점이 흐렸다. 몸상태가 좋지 않아 며칠 못 먹였더니 끝내 눈이 돌아간 모양이었다. 동호는 한숨을 쉬며 어깨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던 가방을 내려놓았다. 목을 끌어안기 무섭게 민현의 입술이 다시 달려들었다. 그는 동호의 혀와 입 안의 점막을 잔뜩 헤집으며 갈증 난 사람처럼 헐떡였다.

 

“달아, 동호야. 너무 달아……”

 

민현은 같은 말을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동호의 입 안을 헤집어놓던 민현은 동호의 목덜미로 입술을 옮겼다. 흠칫 놀란 동호가 뒤통수를 잡아당겼지만 민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살갗을 혀로 핥고, 이로 피부를 긁는 것에 가벼운 소름이 돋았다. 동호의 머리에서 적신호가 켜졌다.

 

“잠깐만, 민현아……!”

 

동호가 민현을 밀어내보려 해봤지만 민현이 체중을 실어 동호를 누르고 있는 통에 쉽지 않았다. 동호는 민현의 팔뚝을 잡은 손에 손톱을 세워보았지만 민현은 물러설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민현의 턱에 힘이 들어가며 피부를 긁는 힘이 강해졌다. 이젠 거의 살을 깨물어대고 있는 수준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위험하다. 동호는 있는 힘껏 민현의 어깨를 밀쳤다. 겨우 입술이 떨어지고, 두 사람 사이에 간격이 생겼다.

 

“민현아, 그만.”

“……왜?”

 

고개를 들어 동호를 바라보는 민현의 눈은 여전히 초점이 없었다. 씨근덕거리는 숨이 동호의 코끝에 닿았다. 민현은 조르는 것처럼 동호의 입술을 핥았다. 하지만 동호는 입술을 꾹 닫고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민현은 불만스러운 듯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동호를 거스르진 않았다. 미련이 남는 듯 동호의 어깨를 주무르고 나서야 양손이 떨어졌다. 민현의 시선은 동호의 손목보호대에서 미끄러졌다.

 

“약속했지? 밥이 먼저라고.”

“알아…… 미안해.”

 

그제야 눈빛이 맑아진 민현이 고개를 푹 숙이고 동호의 눈치를 봤다. 팔짱을 끼고 짐짓 화난 척을 해보려던 동호는 마음이 사르륵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얼빠인 게 죄지, 죄. 동호는 한숨을 쉬곤 까치발을 들어 민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민현의 표정도 순식간에 풀어졌다. 동호의 허리를 끌어안고 어깨에 콧잔등을 부비는 것이 꼭 어린아이가 어리광을 부리는 것 같았다.

 

“반찬 뭐야?”

“잔치국수 삶았어.”

“국수 좋지.”

 

동호는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식탁으로 향했다. 방금 완성된 듯한 따끈따끈한 국수 두 그릇이 두 사람을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식탁 앞에 앉은 동호는 즐거운 목소리로 잘 먹겠습니다, 하고 외치곤 젓가락을 들었다. 민현은 푸스스 편안한 미소를 짓고 동호를 따라 젓가락을 들었다.

 

“맛있어?”

“응!”

 

동호는 다람쥐처럼 볼이 빵빵해진 채로 대답했다. 민현은 그 모습을 보고 푸흡 웃음을 터뜨렸다. 웃지 말라며 웅얼웅얼 말하느라 볼록한 볼이 움직였다. 진짜 강동호, 이렇게 귀여워서 어뜩하냐. 꿀이 뚝뚝 떨어지는 민현의 시선을 눈치 채지 못한 동호는 다시 국수에 집중했다. 아주 그릇에 코를 박을 기세였다. 맛도 못 느끼면서 간은 어떻게 맞추는지 몰라.

 

“근데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아 그게, 민현아 들어봐. 강의실 나오는데 최민기랑 마주쳐버려서 학식 먹으러 끌려갈 뻔 했다니까? 혼밥 하기 싫다고 찡찡거리는 거 겨우 김종현한테 던져놓고 왔잖아. 그래서 늦었지.”

“그랬어? 민기가 잘못했네.”

“그지? 네가 생각해도 최민기가 백번 잘못했지?”

 

입술을 비죽 내민 동호는 그 후로도 투덜투덜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민현은 간간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집중해서 들어주는 청중이 있는 덕에 동호는 평소보다 배로 말이 많아졌다. 민현은 쫑알쫑알 떠드는 동호가 꼭 뺙뺙거리는 병아리처럼 귀엽게만 느껴졌다. 신나게 하루 일과를 보고하다보니 그릇은 어느새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동호는 다 비어버린 그릇을 보며 울상을 지었다.

 

“부족해……”

“나중에 치킨이라도 시켜먹자.”

“치킨 말고 족발.”

“알았어, 알았어.”

 

민현이 빈 그릇을 싱크대로 옮기는 사이 동호는 식탁을 정리했다. 아까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둔 가방을 치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리를 끝낸 동호는 식탁 앞에 앉아 민현이 설거지를 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넓고 탄탄한 등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이유도 없이 웃음이 나왔다. 내 애인 너무 잘났다. 포크라는 점을 감안하고서라도 너무 잘난 애인이었다. 설거지를 끝낸 민현이 등을 돌려 동호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 둘 사이에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 침묵이 흘렀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다음에 해야 할 행동을 알고 있던 탓이었다.

 

동호는 천천히 오른쪽 손목의 보호대를 풀었다. 천이 벗겨지자 잇자국 모양의 선명한 흉터가 자리하고 있는 흰 피부가 드러났다. 벗겨진 보호대는 식탁 구석으로 밀려났다. 민현은 동호의 모든 행동을 집요하게 눈으로 쫓았다. 이젠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 때만 되면 이상하게 긴장이 되었다. 민현은 동호가 내미는 오른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흉터 위에 입술을 지그시 누른 그는 곧 이를 세우고 피부를 깨물었다. 흉터는 민현의 이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윽……”

 

동호는 어금니를 깨물며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참으려 애썼다. 민현의 이 아래 쉽게 부서진 피부 틈으로 붉은 피가 새어나왔다. 민현은 동호의 손목에 입을 붙이고 그 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미처 삼키지 못한 핏방울이 민현의 입술 위로 번졌다. 동호는 그 모습을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살을 파고들던 민현의 치아가 물러났다. 그는 상처 위를 혀로 천천히 핥았다.

 

“맛있다, 동호야.”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는 말에 소름이 돋았다. 이럴 때면 어쩔 수 없이 깨닫고 말았다. 민현은 언제든 자신을 통째로 집어삼킬 수 있는 포크고, 자신은 먹음직스러운 케이크라는 사실을. 민현은 상처 위로 번지는 피를 핥으며 작게 숨을 헐떡거렸다. 얼마 만에 맛보는 황홀한 달콤한지. 입 안에 퍼지는 동호의 피가 지나칠 정도로 달았다. 오랜 가뭄으로 바싹 말라버린 땅에 떨어진 단비 같았다. 본능적으로 턱에 힘이 들어가며 송곳니가 살을 파고들었다. 날카로운 고통에 동호는 움찔 몸을 떨었다.

 

“민현아……”

 

민현의 이름을 부르는 동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민현은 눈을 돌려 동호와 눈을 맞추었다. 조금 겁에 질린 것 같은 투명한 갈색 눈동자가 저를 보고 있었다. 조금 떨고 있기는 해도, 민현을 향한 신뢰가 비치는 눈이었다. 그 눈을 마주하자 머릿속이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빠르게 이성이 돌아오며 현재 상황이 인식되었다. 민현은 급히 힘이 바짝 긴장한 턱에서 힘을 풀었다.

 

“미, 미안, 미안해!”

“괜찮아.”

 

동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활짝 웃었다. 하지만 눈가에 눈물이 살짝 맺힌 것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민현은 죄책감이 더 커지는 기분을 느꼈다. 급히 손목에 남은 핏자국을 마저 핥은 그는 식탁 구석에 있는 구급상자로 손을 뻗었다. 상처를 소독하고,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감는 손길이 능숙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민현이 냉장고에서 이온음료를 꺼내오는 사이 동호는 붕대 위로 손목보호대를 덧댔다. 이온음료를 마시는 동호를 바라보는 민현의 표정은 미안함과 죄책감 등으로 얼룩덜룩했다.

 

“미안해…… 또 선을 넘을 뻔 했어.”

“괜찮다 그래도.”

 

동호는 일부러 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민현은 감히 동호를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민현의 동그란 정수리를 보는 동호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이 포크라는 사실 때문에 민현이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동호였다. 자신이 케이크라는 사실을 알고도 민현의 동거 제안을 받아들인 것 또한 동호였다. 진짜로 살을 뜯어먹은 것도 아니니, 너무 죄책감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동호는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푹 숙인 민현의 정수리를 쓰다듬었다.

 

“족발 주문부터 할까? 나 배고픈데.”

“……내가 살게.”

“오, 진짜? 나야 좋지.”

 

동호는 생글생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몸을 일으키는 순간 눈앞이 아찔해지며 현기증이 핑 돌았다. 어어, 하는 사이 몸이 뒤로 넘어갔다. 민현이 급히 등을 받쳐주지 않았다면 쓰러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동호는 민현의 품에 안겨 아하하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민현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입술을 꿈틀거렸지만 이내 한숨을 푹 쉬며 동호를 끌어안았다. 품에 안긴 동호는 눈알만 도로록 굴렸다.

 

“으음…… 민현아?”

“……”

 

어깨에 닿는 민현의 입술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울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복잡한 심정인 것은 분명했다. 동호는 안절부절 못하며 허리를 끌어안은 민현의 팔뚝만 잡았다. 이걸 어쩌지. 뭔가 민현을 위로해줄 방법을 고민하던 동호는 문득 좋은 생각이 들었는지 눈을 반짝였다. 동호는 민현의 뒤통수를 당겨 고개를 들게 했다. 그리곤 빨갛게 충혈 된 눈을 맞춰오는 민현에게 입을 맞추었다.

 

“악!”

 

의아해하면서도 입맞춤에 응하려던 민현은 입술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놀라 작게 소리를 질렀다. 동호가 민현의 입술을 물어뜯은 탓이었다. 민현이 고개를 젖히려고 했지만 동호는 뒤통수를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동호는 민현의 입술에서 배어나오는 핏방울을 착실하게 핥았다. 입 안에 번지는 비릿한 향이 불쾌했지만 꾹 참고 입술을 떼지 않았다. 민현은 영문도 모른 채로 가만히 동호에게 피를 빨리고 있었다. 겨우 피가 멈출 때가 되어서야 동호는 민현을 놓아주었다.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민현을 향해, 동호는 활짝 웃었다.

 

“이걸로 퉁친 거다?”

 

멍하니 눈을 끔뻑이던 민현은 허헛, 헛웃음을 뱉었다. 위로하기 위해서 입술을 물어뜯는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몰랐다. 비위도 안 좋으면서. 이렇게까지 사랑스러울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현은 동호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곳곳에 입을 맞췄다. 간지럽다며 꺄르르 웃는 소리도 예뻤다. 피가 묻었는지 붉은색이 조금 감도는 동호의 입술을 민현은 엄지손가락으로 가볍게 쓰다듬었다.

 

“비리지 않아?”

“음…… 조금?”

“이리와.”

 

동호를 품으로 당긴 민현이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 아까의 게걸스러운 키스와는 달리 부드럽고 다정한 입맞춤이었다. 민현은 동호의 입 안에 남은 피를 전부 빨아먹을 것처럼 곳곳을 꼼꼼하게 핥았다. 자신의 피에서 나는 비릿한 향은 동호의 입 안에 가득한 달콤한 향에 묻혀서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숨을 쉬기 위해 입술이 잠시 떨어지자 동호는 쿡쿡 웃었다.

 

“이제 안 비리다.”

“진짜?”

“응. 하나도 안 비려.”

 

오히려 달아. 앙큼하게 대답하는 강동호는 정말 통째로 꿀꺽 삼켜버리고 싶을 정도로 귀여워서, 민현은 다시 입술을 들이밀었다. 동호는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몸을 밀착시켰다. 간간히 입술이 떨어지며 나지막한 웃음소리를 주고받는 것으로 대화는 충분했다. 동호의 허리를 끌어안은 민현의 손에 힘이 단단히 들어갔다. 자신이 만난 케이크가 이런 사람이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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