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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D BOY

믾백 황강




단정한 노크와 함께 민현은 교무실의 문을 열어젖혔다. 다 낡아 삐걱거리는 나무문은 교무실 안에 있던 모든 교직원이 그를 주목하게 했다. 예의 바른 미소를 지은 민현이 꾸벅 고개를 숙이자, 그를 향했던 수십 개의 눈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그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남겨두는 것을 잊지 않으며 담임의 자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반 아이들의 숙제를 쌓아둔 이 종이 더미를 한시바삐 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 걸음을 멈췄다. 그보다 먼저 담임을 찾아온 손님이 있었던 탓이었다.

“아, 그러니까…… 승현이 외삼촌이시라고요?”

“네. 강동호라고 합니다.”

박승현, 민현과 같은 반에 있는 학생의 이름이었다. 걔한테 외삼촌이 있었나? 담임도 민현과 같은 의심을 했는지, 표정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대놓고 의심을 드러내고 있는 얼굴 앞에서도 동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민현은 한 발짝 뒤에 서서 그를 관찰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정장을 멀끔하게 차려입고, 머리카락도 왁스로 깔끔하게 넘긴 상태였는데도 그랬다. 풍기는 아우라가 달랐다. 민현은 그에게서 이빨을 숨긴 맹수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를 관찰하는 민현의 시선이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그런데 학교에는 무슨 일로 오셨죠?”

“승현이 엄마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아무래도 며칠 학교를 빠져야 할 것 같아서요.”

동호는 말을 마치곤 옆자리에 앉은 박승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고 보니 옆자리에 앉아 있었구나. 동호의 존재에 정신이 팔려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박승현은 동호의 손이 몸에 닿자 눈에 띄게 움찔 놀랐다. 무릎 위에 올린 두 주먹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박승현의 반응을 본 담임의 눈이 더 짙은 의심으로 가득 찼다.

“저, 실례지만…… 정말 승현이 외삼촌,”

“어, 아저씨!”

민현의 밝은 목소리에 세 명의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민현은 환하게 웃으며 동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동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반갑다는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는 꼬맹이는 분명히 초면이었다. 동호가 적개심 가득한 표정에도 민현은 생글거리는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오히려 당혹을 드러낸 것은 담임이었다.

“반장, 아는 분이야?”

“네. 승현이 집에 갔을 때 몇 번 뵌 적이 있어요.”

동호의 눈썹이 아까와는 다른 방향으로 꿈틀거렸다. 민현은 얼굴의 미소를 유지한 채로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찰나의 시선이 지나가고, 동호는 다정하게 웃으며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려진 민현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바닥에선 굳은살과 숱한 흉터들이 느껴졌다. 민현은 그의 손을 뒤집어 그 흉터들을 전부 눈에 담고 싶은 충동을 참아냈다.

“그래. 승현이네 반 반장이었지? 잘 지냈어?”

“그럼요. 그때 만들어주신 떡볶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입맛에 맞았다니 다행이네.”

민현은 웃으면서 동호에게 잡힌 손을 뺐다. 동호는 의외로 순순히 그를 놓아주었다. 담임은 이제 완전히 의심을 버린 것으로 보였다. 민현은 그녀에게 걷은 숙제를 건넨 후 그대로 등을 돌려 교무실을 나왔다. 끝까지 박승현의 방향은 바라보지 않았다.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으나, 굳이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다.




-




야자가 끝나고 나면 하늘은 이미 어두웠다. 아이들은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가방을 챙겼다. 개중에는 낮에 갑자기 사라진 박승현의 이야기도 있었다. 민현은 평소에 이용하던 정문 쪽 방향이 아닌 후문 쪽 주차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왠지 그곳으로 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학교 전체에 설치된 가로등도 이곳 주차장만은 예외여서, 눈앞에 있는 것의 흐릿한 형체만 겨우 확인할 수 있었다. 그곳을 지나가던 민현은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사람의 형체가 그곳에 있었다.

“왔네.”

“……”

“안녕.”

달칵 소리와 함께 불빛이 반짝였다. 동호가 쥔 라이터의 불빛이었다. 그는 불이 붙은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고는 느리게 연기를 뱉었다. 그가 걸터앉은 자동차의 뒤쪽에 금연구역 팻말이 커다랗게 붙어 있었지만, 민현은 구태여 그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동호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키를 꺼내 버튼 하나를 눌렀다. 그러자 그가 앉은 자동차의 불빛이 켜지면서 그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나 알지?”

동호는 다시 연기를 뱉으며 말했다. 그는 교무실에서 봤을 때와는 사뭇 다른 눈빛을 하고 있었다. 나른한 것 같으면서도 날이 서 있었다. 민현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느릿하게 동호의 전신을 눈으로 훑었다. 단정하게 차려입었던 정장은 조금 흐트러져 있었고, 깔끔하게 넘긴 머리카락도 몇 가닥이 흘러내렸다. 말없이 민현의 시선을 받아내던 동호는 다 타버린 담배를 바닥에 던졌다.

“박승현이가 어떻게 됐는지는 안 궁금해?”

“별로요.”

“왜? 친구 아냐?”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요.”

애초에 친구도 아니고. 민현이 중얼거리며 덧붙인 말에 동호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민현은 그의 웃는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인상이 조금 험악한 편이라 생각했는데 웃는 얼굴은 순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내면이 순한 것 같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었지만. 동호는 아직 불씨가 살아있는 담배꽁초를 발로 밟아 완전히 꺼트렸다. 그리곤 한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민현과 눈을 마주쳤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

“아까 왜 그랬냐?”

민현은 그가 잠시 고개를 젖히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목젖이 보이지 않는 희고 매끈한 목선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저 살갗에 이를 박아넣고 어떻게든 피를 보고 싶은 충동이 차올랐다. 아래로 살짝 내리깐 눈과 마주쳤을 때는 저도 모르게 어금니를 악물었다. 민현은 동호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자동차의 불빛을 받아 빛나는 눈의 색은 호박색이었다.

“그렇게 하면 아저씨랑 잘 수 있을 거 같아서요.”

먹고 싶다. 동호에 대한 그의 감상평이었다. 손으로 빚은 듯한 완벽한 몸도, 저 불손하고 오만한 눈빛도, 무엇하나 민현의 욕구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의 까만 눈동자에 욕망이 넘실거렸다. 동호는 놀란 기색이나 어떤 혐오감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저 흥미롭다는 듯한 시선으로 지그시 민현을 바라보았다. 그는 곧 피식 입꼬리를 당겨 웃은 뒤 걸터앉은 보닛에서 일어섰다. 운전석 쪽으로 걸어간 그는 민현을 돌아보며 짧게 말했다.

“타라.”

그의 한마디에 민현은 밝은 표정을 지었다. 딱 그 또래가 지을 법한 표정임과 동시에 이 상황과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아서, 동호는 다시 한번 키득거리며 웃었다. 조수석에 앉은 민현은 안전벨트까지 착용하고 얌전히 동호를 기다렸다. 조폭새끼한테 섹스하자고 말한 놈이 하는 짓은 완벽한 모범생이었다. 동호는 스멀스멀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지 않았다.

“근처에 괜찮은 모텔 아는 데 있냐?”

“저 고등학생인데요.”

“아, 그러네. 그냥 내 집으로 가자.”

“전 좋아요.”

시동이 걸린 자동차는 매끄럽게 후문을 빠져나갔다. 유일한 광원이 사라진 주차장은 다시 어둠과 침묵에 휩싸였다. 미처 꺼지지 않은 꽁초의 불씨만 빨갛게 타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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